지인과 전화 통화 중에 무심코 “내 코도 석 자야”라는 말을 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가 그게 무슨 뜻인지 묻습니다.
아직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라 저는 자연스럽게 나온 말인데 쉽게 이해할 수 없나 봅니다.
“내 코가 석 자다”라는 뜻은 자기 사정이나 일 등이 급해서 남을 돌볼 겨를이나 시간 등이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한자성어로는 吾鼻三尺(오비삼척)이라고 하죠.
길이를 나타내는 “자(=척: 尺)”는 보통 사람의 팔꿈치에서 손목까지의 길이를 나타내며 약 30cm 정도 됩니다.
따라서 “내 코가 석 자”나 “吾鼻三尺(오비삼척)”에 나오는 “석 자”나 “삼척”은 90cm 정도 되는 길이입니다.
“내 코가 90cm다”는 따라서 매우 과장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코끼리 코 길이가 1m 정도 된다고 하므로 사람의 코 길이가 이 정도 길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쩌면 이 속담에서 사용된 “코”는 사람 코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코는 “콧물”의 준말이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 꽤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았더니 “영조실록”에 딱 한 번 기록되어 있더군요.
경우야 어찌 되었든 간에 “여유가 없다거나 매우 바쁘다”는 표현에 “코”가 사용된 것이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운다면 참 흥미롭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영어에도 “바쁘다”는 뜻을 가진, 우리말의 “내 코가 석 자”라는 표현과 비슷한 말이 있어서 소개해 봅니다.
영어에서도 동물이 들어갑니다. 육상 동물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동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bigger fish to fry
big, fish, fry는 모두 2015 영어과 교육 과정상의 어휘 목록에는 초등 권장 어휘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세 어휘의 뜻을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정리해 봅니다.
big: 큰
fish: 생선, 물고기
fry: 기름으로 튀기다; 플라이, 튀김, 물고기 새끼
bigger fish to fry는 위 뜻을 가지고 그대로 직역을 하면 “튀기기에 더 큰 물고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 말은 “더 중요한 일, 더 급박하게 해야 할 일”을 의미하는 것인데, 저는 이 말의 유래를 정확하게 찾지를 못했습니다. 다만, 매우 배가 고파서 큰 생선을 요리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작은 물고기를 가져와서 먹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더 큰 생선 요리를 하고 있으므로 (더 중요한 것이 있으므로) 정중하게 거절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조금 쉽게 이 어구의 의미를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영어 학습 내용을 정리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big: 큰
fish: 생선, 물고기
fry: 기름으로 튀기다; 플라이, 튀김, 물고기 새끼
*bigger fish to fry: 더 중요한 일, 더 급박하게 해야 할 일
*I've got bigger fish to fry.: 내 코가 석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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