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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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 중에서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한 후, 평평한 접시에 음식을 줘서 두루미는 먹지 못했고, 이에 화가 난 두루미도 여우를 초대해서 긴 주둥아리 항아리에 음식을 내놓고 여우가 먹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우화의 주제문을 한마디로 말하면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저는 이 우화를 인용할 때마다 농담을 가끔 합니다. 그것은 바로 "여우는 있는데 두루미는 없어요."입니다.


*두루미(crane) 모습 - 머리에 빨강 장식이 있음.


"여우와 두루미"의 영어 제목은 "The Fox and the Stork"로 씁니다. 또는 "The Fox and the Crane"으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목 전체를 구글링해보면 전자가 후자보다 빈도가 더 높으며,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전자를 제목으로 설명하며, 후자는 검색어로 나오지 않고 본문 내용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황새(stork) - 머리 모양이 두루미와 구별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우와 두루미"의 The Fox and the Stork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면 "여우와 황새"가 더 적절한 표현이 됩니다. 물론 "여우와 황새"로 표현하고 소개한 글도 많이 보이지만 제가 조사한 바로는 "여우와 두루미(= The Fox and the Crane)"로 옮긴 것이 훨씬 많습니다.


사실 두루미와 황새는 관심이 있지 않다면 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두루미는 우리가 흔히 "학"으로 알고 있는 새이며, 황새와는 확실하게 구별됩니다. 그런데 The Fox and the Stork를 번역 또는 해석하면서 왜 "두루미"로 옮겼는지 유래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럼 이제부터 두루미 대신에 황새로 바꾸어 바로 잡아야겠다고 한다면 제 생각은 "글쎄요."입니다.


콩글리시가 우리나라에만 통용되는 말이므로 사용하면 안 되거나 바른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적절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 수 많은 어휘는 사실 우리의 감정, 사상, 문화, 역사, 언어성 등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그 모든 것을 원어민이 사용하는 영어로 바꿔서 사용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이와 같은 것을 개인적인 취향에, 또는 보편적이지 않은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언어는 그 사회가 통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수능 영어 어휘는 딱딱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에서 가져온 어휘입니다. fox는 교육 과정상의 초등 권장 어휘이며, crane과 stork는 교육 과정 어휘가 아닙니다. 그래서 "교육 과정에 여우는 있는데 두루미와 황새는 없어요"라는 말로 두 번째 농담을 해 봅니다.


영어 어휘 뜻을 정리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fox: 여우, 교활한 사람; 속이다, 앞부분을 수선하다, 얼룩이 지다

crane: 두루미, 학, 기중기, 크레인

stork: 황새 (북유럽에는 황새가 아기를 물고 날아온다는 전설이 있으며, 이 전설의 영향을 받아 a visit from the stork는 "아기가 태어남"의 뜻이 있음.)


*The Fox and the Stork: 여우와 황새

*The Fox and the Crane: 여우와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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