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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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1구역, 1년에 3만 원 개인 부담)을 분양받아 작물을 키운 지 올해로 3년 차에요.


시골 출신이며, 어릴 때부터 농사가 주업이신 부모님을 위해 농사를 도와왔기에, 그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지 오래전부터 경험했지요.


그래서인지, 처음 주말농장에서 작물을 손수 키워보고 싶다고 한 큰아이가 대견스럽기도 했거니와 농사가 어떻다는 것을 몸소 겪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2년 전에 처음으로 시작했어요.


서울에서 팔당댐 쪽으로 한강을 훨씬 지난 곳,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2주에 한 번 정도 주말을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작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떻게 오르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지만, 아이들은 그저 주말농장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하는 것이 그리 싫지 않고 그것을 많이 즐기는 것 같아 잘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생각하여 오늘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첫해 늦가을, 그렇게 애써 키웠던 김장 배추를 모두 서리 맞고, 그 같은 모습을 다시는 보여 주고 싶지 않아서 그 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작년에 이어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올해도, 아이들은 씨앗에 꿈을 심었고, 꿈을 키웠으며, 그 꿈을 이젠 결실을 맞아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 오늘 아침 일찍 주말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원래, 비가 오는 날은 특별한 농작물이 아니면 수확하는 것이 아니지만, 하반기 김장 배추 파종을 위해서 오늘부터 밭갈이를 시작한다는 서울시 문자 메시지를 보고, 늦지 않게 미리 가야했던 거죠.


감자 등의 농작물 수확 이후, 마지막 남은 옥수수와 당근을 모두 수확하기 위해서 도착한 밭을 보고 두 번째 충격을 받습니다.


■일주일 전 일요일 옥수수 모습


■ 오늘 일주일만에 도착해서 본 뭔가가 심상치 않은 옥수수들


■ 우리 밭이 아니길 바랐지만.


■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져버린 옥수수.


■ 옆에서 자라던 당근은 뿌리째 뽑힌 채, 앙상하게 말라가고 있으며,


■ 너무 작아서인지 가져가지도 않고 땅에 내팽개친 채 뒹굴고 있는 모습.


사실,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참여한 이곳 주말농장에서는 옥수수를 심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요. 주위 밭에는 그동안 옥수수가 심상치 않게 보아 온 터라, 별 의심 없이 심기는 했지만, 제가 분양받은 곳의 옥수수만 사라져버린 현실이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아빠 때는 도덕책 안 배웠어요?"


초등학생인 아들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집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오는 길에 이러한 마음을 아는지 앞을 못 볼정도 쏟아지는 늦은 장마철의 소나기는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혹시, 검색을 통해서 주말농장을 운영하신 분이나, 추후에 운영하실 분들은 하찮게 보이는 작물이더라도, 누군가에게 그것은 아이들이 꿈을 심었고, 꿈을 보살폈고, 꿈을 자라게 해서 꿈을 수확하는 것임을 한번만이라도 유념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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