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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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절기상 10번째인 하지(夏至)였습니다.

 

하지는 여름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이야 지구온난화 등으로 5월 중순만 되어도 여름이라고 느껴질 만큼 기온이 올라 더워져 여름의 시작이라는 하지가 잘 실감이 안 되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가끔 여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를 물을 때, 하지에서 추분 사이를 여름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져 온 여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북반부에서 하지는 일 년 중에서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며, 보통 하지 즈음에 우리나라에서는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다른 24절기 중에서 하지는 특별하게 생각나는 풍습이나 풍속이 개인적으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는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는데 말이죠.

 

농경 사회 중심이었던 조선 시대에는 한창 벼를 심는 막바지 논농사를 마무리하던 이 시기에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들면, 국가적으로 하지 때,  기우제를 지냈다는 내용이 조선왕조실록에 꽤 보입니다. 그러나 기우제 이외에는 우리나라에서 하짓날에 동짓날에 비해서 특별한 행사가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농사에서 가장 바쁜 시기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우리와는 다르게 서양에서는 하지가 우리보다 더 특별한 날로 삼을 듯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하지를 영어로 옮긴 단어에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를 영어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summer solstice

 

solstice는 '태양'을 의미하는 어원 sol과 '정지하다'는 뜻의 stice이 합쳐진 어휘입니다. 태양이 멈춘 것 같이 계속 낮이거나 계속 밤이거나 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solstice는 "지(至), 지점"을 의미하는 어휘이며, 하지를 summer solstice, 동지를 winter solstice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선사 유적지로 알려진 영국의 스톤헨지가 있습니다. 예전부터 스톤헨지에서는 바로 하짓날에 일출 관련해서 해맞이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행사가 작게 치러지는 듯하지만, 이러한 전통은 종교적인 측면에서 이교도적인 것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의외이긴 합니다만, 하나의 전통도 계속 이어 나간다는 것은 어쩌면 종교 이상의 무어인가가 우리에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스톤헨지 - 하지 일출

또한 서양에서는 하지 전날 밤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이날을 기념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 요한의 날로 알려진 이날 전야제에 광장이나 거리에서 큰 모닥불을 피워놓고 축제를 즐기는 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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