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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드립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몇 학년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4인치 흑백텔레비전 자막에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사과를 준다는 것이지? 하늘에서 떨어지나? 누가 사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네.'

 

집 밖에 작은 텃밭에서 일하시는 부모님께 여쭈어보았습니다.

 

"텔레비에서 사과 준다고 하는데, 사과 언제 와요?"

 

"뭔 사과? 지금은 사과 철이 아닌데, 사과가 어디에서 나서 준다느냐?"

 

그러고 보니, 읍내에서 오는 버스가  손으로 꼽을 만큼 적었던 그 시절, 시골 농촌이었지만, 남해안 근처였던 고향에는 사과나무를 본 적이 없었기에 사과 철이 언제인지도 몰랐던 저에게 되묻는 말을 생각해 보니 맞는 말씀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80년대 그 시절, 방송 사정이 좋지 않아 TV가 잘 나오지 않으면 "사과드립니다" 앞에 자주 나오던 말을 추가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방송이 고르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다시 말씀드렸던 것 같다.

 

"허허, 그 사과는 먹는 사과가 아니라 미안하다고 하는 말이란다. 한참을 더 공부해야겠구나."

 

사과는 매우 좋아하는 과일이 아니지만, 가끔 사과를 먹거나 보게 되면, 정말 가끔 그 어린 시절을 기억하면서 몸 둘 곳을 찾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오늘 갑자기 옛 생각이 나 이 글까지 쓰게 된 것은 개인적인 오늘의 경험 때문이지만, 이 "사과"라는 말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배운다면, 참으로 어려울 수 있는 말일 수 있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사과"는 말하고 하는 사람의 의도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영어도 이러한 것이 매우 많이 있지만 말이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과"를 검색해 보니, 뜻이 8개나 있습니다. 이렇게 뜻이 많다는 것에 다시 한번 지금 놀라고 있지만, 저는 "사과"하면 두 가지로 그 의미로 알고 있습니다. 먹는 과일을 나타내는 "사과"와 "미안함"을 의미하는 것으로요.

 

영어에서 먹는 사과와 미안하다는 사과는 철자로 잘 구별이 됩니다. 물론 자주 쓰이는 단어로 보면 그렇습니다. apple과 apologize가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말에서 용서를 비는 말은 흔히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송구합니다. 사과드립니다"처럼 다양하게 쓰이지만, 조금씩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꽤 오래전에 이웃나라 왕이 우리나라 과거 침략사를 반성한다고 사용하지도 않은 4개의 글자(통석의 념)로 이루어진 말이 뜻이 같다고 해서 말한 것을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과는 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보여야 용서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바르샤바의 무릎 꿇기-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영어에서 apologize와 비슷한 말은 참 다양합니다. pardon, excuse, sorry, forgive 등이 비슷말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보통 의사소통에서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사과하기로 잘 쓰이는 듯합니다.

 

I'm so sorry about that.

I'm very  sorry about that.

Please forgive me.

I apologize.

 

진심으로 사과하면, 보통의 사람이라면 사과를 수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할 것입니다.

 

Not at all.

That's O.K.

Forget it.

It doesn't matter.

No problem.

Never mind.

 

이렇게 쓰고 보니, 사과드린다는 말을 오해한 어릴 저는 먹는 사과에 대한 수용의 대답으로는 아무 말도 쓰지를 못했을 듯합니다. 현재 이 시간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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