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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문체(hard-boiled style)'는 1930년 전후, 미국 문학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문학이나 영화에서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인물이나 사실을 냉정하게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제가 미국 문학사를 배울 때는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서 '하드보일드 문체', 또는 '하드보일드 기법'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2007년 국립국어원에서 '냉혹 기법'으로 순화시킨 용어이기도 합니다.


hard-boiled의 원래 뜻은 "달걀이 완전하게 삶아진, 달걀이 완숙된"입니다.


기법을 가장 잘 적용해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헤밍웨이입니다.



헤밍웨이의 작품은 문장이 간결하고 어휘가 평이해서 고등학교 수준 이상의 어휘 실력이 있다면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헤밍웨이의 소설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자신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라고 언급한 것이 바로 '노인과 바다'입니다.


다음은 '노인과 바다'의 첫 부분에 나온 한 문장입니다.


He was an old man who fished along in a skiff in the Gulf Stream and he had gone eighty-four days now without taking a fish.


*skiff: 소형 보트

*the Gulf Stream: 멕시코 만류


위 두 어휘만 알면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작은 고깃배로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그는 84일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이 문장에서 "냉혹 기법"이 적용되었는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저는 비교적 감정이 배제된 문장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다른 문장을 소개합니다.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오늘의 수능 영단어는 위 문장에서 가져온 defeat과 destroy입니다.



1. defeat의 어원과 뜻


defeat은 '떨어져, 반대로'를 뜻하는 de와 '만들다'는 의미를 가진 feat이 합쳐진 어휘입니다. 어떤 것을 떨어지게 만들려면 기존의 것을 깨뜨리거나 파괴를 해야겠네요. 이러한 어원을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이 어휘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defeat: ~을 패배시키다, 좌절시키다; 패배, 타파, 타도, 좌절


defeat은 과거 10년간 수능에서 2번, 과거 20년간 9급 공무원 시험에서 2번 나온 중고등학교 기본 어휘입니다.



2. destroy의 어원과 뜻


destroy는 '반대로'를 의미하는 de와 '쌓아 올리다'를 뜻하는 stroy가 합쳐진 어휘입니다. 반대로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상대를 잡아당겨 넘어뜨려야 했나 봅니다.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에서 의미를 유추하면 현재 사용된 뜻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destroy: 파괴하다,  파멸시키다, 멸망시키다


destroy는 과거 10년간 수능에서 4번, 과거 20년간 9급 공무원 시험에서 2번 나온 중고등학교 기본 어휘입니다.



3. 문장 해석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어휘의 뜻을 적용해 보면 위 문장만 보았을 때,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말했다. "하지만 인간은 좌절하기 위해서 만들어지진 않았다. 인간은 파멸될 수는 있지만 좌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인과 바다'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고 집에 오는 중에서 상어와 사투를 벌인 후 뼈만 남긴 채 돌아오는 한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헤밍웨이 자신이  '평생을 바쳐 쓴 소설'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애착을 가진 이 소설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위 문장일 것 같습니다.


이 문장을 통해 소설의 주제를 다양하게 해석하는 가능하기에 걸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헤밍웨이가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의 본연의 강인함과 존엄성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4. 상어의 입장에서 '노인과 바다'를 읽고 쓴 감상문


용왕이 '노인과 바다'를 읽고 감상문을 썼다고 가정한 고 고유영 화백의 글을 읽고, 저는 상어의 입장으로 감상문을 써 봅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나서...


끈질기지만 허약한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은 자연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인간이 자신들만을 위해 자연을 좌절시킨다면

그들이 좌절하지 않을지라도 자연이 그들을 파괴할 것이다.


그들이 파괴되어 우주에서 사라지더라도,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이 작품은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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