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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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니? 북한군이 광주에 와서 총을 쏘고 있데?”

“전쟁이 난 거야?”

“그런 가봐. 버스가 끊겨서 동네 사람 몇몇은 경운기를 타고 광주에 간대?”

“왜?”

“학교 다니는 형, 누나들을 데려오려고.”

“북한군이 여기도 내려오면 어디로 숨을까?”

“놀이터 옆에 고랑을 덮어 놓은 굴이 있잖아, 거기에 숨으면 돼.”

“거긴 너무 어두워. 난 저기 산에서 총싸움했던 바위 밑에 숨을래....”

 

벌써 40년 전 이맘때,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당시 친구들과 했던 대화가 기억납니다. 지금도 고향에서 광주까지 버스로 가는 데는 2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그 당시 경운기를 타고 그 먼 거리를 동네 이웃 사람을 이해할 수도 없었지요.

 

그렇게 세월이 흘러, 문뜩 눈에 띈 책 하나, “오늘은 5월 18일”

 

 

저자: 서진선

출판: 보림 | 2013. 5. 2. 

 

흥분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을 글과 그림으로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 책에서 저의 어린 시절 친구와의 대화를 다시 꺼내 봅니다. 어떻게 돌고 돌아 5월이 다시 오면 문뜩문뜩 그 어린 시절 친구들과 나누었던 철없었던 시절의 대화가 이젠 그리 부끄러운 기억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아빠, 무슨 책이에요? 오늘은 5월 18일? 아빠, 여기 총이 매우 많아요.”

 

책을 펼치면 표지 다음에 나오는 곳에 다양한 총의 모습을 보고 아들이 말합니다. 

 

“이건 이런 총, 저건 저런 총.” 

 

 

 

제가 어린 시절 나누었던 나이만큼 제 아들도 그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의 저자처럼, 그리고 어린 시절 저처럼 제 아들도 총에 관심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장난감 총도 있어요.”

 

책의 면지에 그렇게 총을 나열해 놓은 것에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지만, 아들의 말을 듣고 보니, 저라면 절대로 생각하지 못할 저자, 편집자, 디자이너, 출판사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 이러한 배치를 했는지는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총의 배열을 뛰어넘어, 이젠 기다리던 누나를 만나는 장면을 작가가 다시 쓰게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아울러 누군가에는 5월 18일이 슬픈 생일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국에 5월 18일에 태어난 사람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기쁨 뒤에 숨어 있는 5월 18일을 추모합니다. 

 

https://youtu.be/--mZLgAKlvU

 

그리고 이날의 의미가 진정으로 회복되어 저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차마 알리지 못하는 생일이 언젠가는 그래도 조금은 떳떳하게 평범한 다른 사람의 생일처럼 축하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돌아오는 월요일은 포스팅을 하루 쉽니다.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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