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별미, 피굴 만드는 법

가을이 깊어가면서 이젠 겨울이 멀지 않음이 느껴집니다.

갑자기 막내아들이 껍데기 있는 굴을 먹고 싶다고 해서, 아내가 굴을 조금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고향이 남도 바닷가 근처라서 시골에 가면, 겨울철 별식으로 굴을 삶아서 먹던 옛날을 기억이 났나 봅니다.

아직 본격적인 굴 계절인 겨울이 되지 않아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살 수 있는 계절이 왔다는 것이 실감 납니다.

이른 철인지 몰라도 통영 굴을 저렴하게 할인해서 조금 샀다고 하는 굴인데, 요리는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옛날 기억을 되살려 제 고향에선 매우 흔했던 "피굴"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굴을 깨끗이 씻은 후, 삶습니다.

껍데기 있는 굴을 삶을 때는 굴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삶습니다.

이때, 물을 끓이면 굴 고유의 맛이 사라질 수 있으니, 약한 불로 최대한 미지근하게 삶는 것이 중요합니다.  굴 껍데기가 벌어지지 않아야 제대로 삶은 것이 되는 것이지요. 오늘 저는 가스 불을 가장 낮게 해서 약 20분 정도 물이 끓지 않은 상태에서 굴을 꺼냈습니다.

*굴을 삶고 남은 물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푸르슴하게 보이는 물은 "피굴"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이 물질을 제거하고 물을 별도 용기에 담아 놓습니다.

이제 굴이 식으면 껍데기를 깝니다. 원래 막 삶은 굴도 별미이지만, 손에 델 수 있느니 뜨거운 상태에서 굴을 까려면 면장갑이 필수입니다.

굴을 쉽게 까기 위해서는 긴 쪽으로 굴 가운데 칼을 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익숙해서 장갑을 끼지 않아도 쉽게 깔 수 있지만, 초보자라면 꼭 면장갑을 끼고 하세요.

칼을 굴 껍데기에 조금 넣고, 살짝 위아래로 돌리면 껍데기가 쉽게 벌어집니다.

손으로 힘을 주면 껍데기를 완전히 벗겨냅니다.

이렇게 까낸 굴을 분리해서 그릇에 모아 둡니다. 까낸 굴은 물로 씻으면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굴을 삶을 때, 분리했던 국물과 까진 굴을 넣고 김 가루, 파, 깨, 참기름 등을 추가합니다.

굴을 삶고 남겨진 물이 거북스러우면, 생수를 이용해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 국물에 거부감이 있어서 저는 생수를 사용했습니다.

*만들기 매우 쉬운 피굴이지만, 그 맛은 제 고향을 찾은 지인들이 아직도 잊지 못하는 맛이라고 하더군요. 보기는 거북할 수 있지만, 아이들도 꽤 좋아하는 "피굴"을 한번 만들어서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약간 시원하게 해서 드시면 맛이 더 좋습니다.

*참고로 "피굴"이란 요리는 제 고향에서 부르는 이름이며,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부르는지 잘 몰라 용어가 조금 거북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