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수도 있단다.
빨갛게 핀 장미를 보면서 그 화려한 아름다움에 눈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나 또한 겉으로 화려함을 내뿜고 있는 5월의 장미를 보면 괜히 향기를 맡고 싶어서 얼굴을 내민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할머니처럼 나이가 드신 한 소리꾼(= 장사익 선생님)이 어느 5월에 빨간 장미의 아름다움에 취해 무심코 얼굴을 꽃에 이끌려 향기를 맡기 위해 얼굴을 내밀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장미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았고, 그 화려한 장미 뒤에 숨겨진 보잘것없이 보이는 하얀 꽃에서 향기나 다음과 같은 노래를 만드셨다고 한다.
어릴 때, 시골에서 봄이 오면 장미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줄기를 간식으로 먹었던, 그 싱그럽고 상쾌함만을 기억하는 나에게는 약간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그게 빨간 꽃을 피우는 장미의 친척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거니와 그 꽃은 너무 흔해서, 그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금껏 지내왔으니, 어린 너희들에겐 장미꽃을 동경하고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리라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소리꾼, 또는 가수의 길을 오기 위해 오랜 세월 그분이 걸었던 길은 매우 길고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지내오신 그분의 인생이 녹아난 이 노래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것은 그 속에 보이지 않게 기다리고 기다린 보이지 않은 진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이란 정답이 결코 없고, 지금과 같은 한두 번의 시험 결과가 나머지 인생을 좌우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저, 긴 세월 동안 너희들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학교 시험은 아주 작은 하나의 과정이지, 한 번의 낙담과 실패의 경험이 전부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빨간 장미처럼 처음부터 화려한 색상과 향기로 자신을 뽐낼 수도 있겠지만, 하얗고 보잘것없이 보이는 찔레꽃처럼 은근하게 뒤에서 진심 어린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러한 삶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떤 길을 찾을 것인지는 전혀 쉽지는 않을 테지만, 장미의 길뿐만 아니라, 찔레꽃의 은근한 길을 가는 것도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님을 알아가길 바라며....
서울신문, [이현세의 만화경] 해 지기 전에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위 글도 한 번 읽어 보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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