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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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일에 시행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고사가 끝난 지가 1주일이 지났습니다. 시험 직후 이 문제에 관한 풀잇법을 포스팅하려다가 이제야 올린 이유는 저의 입에서 좋지 않은 말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며, 글로 풀잇법을 쓰기 위해서는 너무나 긴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2번 문제의 오답률이 EBS 조사에 의하면 97%인데, 공통 과목인데도 소위 말하는 문, 이과 수험생에 상관없이 이 수치가 나온 것을 보면, 과연 수학 교육이 문제를 틀리게 내려고 의도하는 시험처럼 느껴져 과격한 말을 뱉고 말았습니다. 특히 이과생이라고 하는 수험생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 과목이 아닌 공통 과목 22번 문제로 나왔는데도 수험생 통틀어 정답률이 3%밖에 안 되는 문제를 낸 것이 과연 수학 교육에 타당한 것인지, 아니면 수학 교육의 응용능력과 분석 능력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시험을 보아야 하는 수험생과 예비 수험생들을 위해서 수학 I, 수학 II의 교육 과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풀잇법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 문제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계산의 복잡성보다는 개념에 관한 내용을 써야 하므로 매우 긴 설명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적분을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이 공부하고 있을 수학 개념을 설명하는 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울러, 평가원에서 밝힌 이번 모의고사 수학 문제의 출제 방향을 살펴보면, 이 문제에 관해서 아예 언급이 없는데, 출제자는 의외로 점수를 주기 위해서 출제할 수도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그러한 의도였다면 97% 오답률에 관한 평가원, 출제자, 수학 교육 당국자는 별도의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수포자가 없었으면 하는 수학 교육의 빗나가지 않은 목적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22번 풀이법

 

1. g(x)는 다음과 같이 두 함수의 곱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먼저, 문제의 조건을 보면, g(x)가 실수 전체에서 연속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즉, “미분이 가능하다”는 말이 아닌 “연속”이라는 말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함수가 어떤 값에서 연속이라고 하여도 그 값에서 미분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두 말을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g(x)의 뒷부분이 절댓값이므로 “미분 가능하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g(x)는 두 함수의 곱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연속이다고 했으므로 다른 말로 하면 “곱 함수의 연속”이라는 말이 됩니다. 앞에 있는 f(x-3)의 개념은 f(x)를 x축으로 3만큼 이동시킨다는 개념을 알아야 하며, lim로 표현된 뒤의 식에는 절댓값이 있습니다.

 

2015 수학 II 교육과정 “함수의 극한과 연속” 항목의 평가 방법 및 유의 사항에 “함수의 극한과 연속에 대한 평가에서는 함수의 극한과 연속의 뜻과 성질에 대한 이해 여부를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고, 복잡한 합성함수나 절댓값이 여러 개 포함된 함수와 같이 지나치게 복잡한 함수를 포함하는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절댓값이 2개이기 때문에 이 단서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곱 함수의 연속”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언급이 없으며, 교과서에서도 해당 개념은 찾기가 어려운데 이 문제가 출제되었다는 것에 심한 좌절감이 느껴집니다.

 

lim가 있는 뒤쪽의 식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수학 문제 해결이 막히면, 주어진 식을 쪼개 봅니다. 특히 절댓값이 있을 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절댓값을 풀기 위해서는 h가 0+여서 양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f(x) > 0, f(x) = 0, f(x) < 0인 경우를 분리해서 절댓값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이 3 조건을 분리해서 위 식을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문제에 주어진 식을 위에서 구한 식으로 다음과 같이 분리하여 쓸 수 있겠습니다.

 

 

g(x)의 한 근을 a라고 한다면, g(x)는 x > a에서 0 위의 함수가 되면, x = a에서 0, x < a에서 0 아래의 함수가 됩니다.

 

 

f(x)가 삼차함수이므로 g(x)는 x = a에서 연속이며, f(x-3)은 f(x)를 x축으로 3만큼 이동시켰으므로 f(a-3)에서 연속이 됩니다. g(x)가 x= a에서 연속이 되려며, g(x)의 극한값이 존재해야 하고, 그 값은 같아야 합니다. 수험생이라면 연속의 개념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교과서 내용을 숙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식을 풀면, f(a-3) = 0 또는 f'(a) = 0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f(a-3) = 0 또는 f'(a) = 0을 해석해야 할 차례입니다. 이 식도 진도가 안 나간다면, 수학 해법 중의 한 가지, “식을 쪼개라”를 적용해 봅니다.

 

f(a-3) = 0 또는 f'(a) = 0을 쪼개면,

 

f(a-3) = 0, f'(a) ≠ 0 또는

f(a-3) ≠ 0, f'(a) = 0 또는

f(a-3) = 0, f'(a) = 0이 됩니다.

 

첫 번째, f(a-3) = 0, f'(a) ≠ 0을 해석해 보면, 한 근 a에서 3을 뺀 수가 0이 되어야 하며, a에서 미분 계수가 0이 아니므로 f(x)는 서로 다른 3개의 실근을 가지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3개의 실근을 가지는 삼차함수에서 f'(a) ≠ 0이면 f(a-3) ≠ 0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f(a-3) ≠ 0, f'(a) = 0을 해석해 보면, 한 근 a에서 3을 뺀 수가 0이 아니고, f'(a) = 0이므로, f(x)는 3중근 그래프를 예상할 수 있는데, 이는 g(x)가 서로 다른 4근이다는 것을 만족할 수 없습니다.

 

이제 마지막, f(a-3) = 0, f'(a) = 0이 남았네요. 한 근 a에서 3을 뺀 것이 0이 되며, a에서 미분 값이 0이므로 f(x)는 a에서 중근을 가진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중근을 가지는 f(x) 그래프는 아래의 두 가지 경우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왼쪽 그래프가 되어야 합니다. 한 근을 a 다른 한 근을 b라고 가정하고 그래프를 보겠습니다,

 

 

위의 오른쪽 그래프에서는 f'(a) ≠ 0이고, 이 그래프를 3만큼 평행 이동시켜 보면,  f(a-3) ≠ 0이므로 f(a-3) = 0, f'(a) = 0라는 조건을 만족하기 않기 때문에 문제의 조건에 맞는 f(x) 그래프는 왼쪽 그래프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 오른쪽 그래프는 f(a) = 0, f(b) = 0, f'(b) = 0, f'(a) ≠ 0임.)

 

이렇게 긴 설명으로 겨우 f(x) 그래프 개형을 알게 되었으며, f(x) 그래프를 오른쪽으로 3만큼 평행 이동했을 때 즉 중근 a를 3만큼 이동시킨 값이 새로운 근을 가져야 하므로 a+3이 되어야 하고, a+3도 g(x)에서 3만큼 이동해야 하므로 다른 한 근은 a+6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f(x)는 a에서 중근, 다른 근은 a+3이므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이제 g(x)의 한 근이 남았습니다. f'(a) = 0이라는 조건을 보면, 이는 삼차함수 f(x)의 극대점이 되며, 극솟값이 되는 점이 됩니다.

 

 

위 그래프를 살펴보면, 3차 함수 비율 관계에 의해서 다른 한 근은 a+2가 됩니다. 따라서 g(x)의 네 근은 a, a + 2, a + 3, a + 6이 되고, 이 근의 합이 7이므로 a 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f(x) 함수는 다음과 같으므로 위에서 구한 a값을 대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f(5)의 값을 구하라고 했으므로 x = 5를 대입하면 문제의 답이 나옵니다.

 

이 문제는 아무리 보아도 수학 II의 교육과정을 반영했다고 보기에 저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댓값의 개념, 함수의 평행 이동의 개념, 함수의 극한, 함수의 연속, 곱함수의 연속, 미분 개념, 3차 함수 비율 관계 등을 알아야 하는데, 한 문제에 이렇게 과다한 개념을 종합한 문제를 학교 현장에서 과연 연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수험생의 3%만 맞힐 수 있는 이러한 문제가 아닌 문제, 수학의 개념 5개 이상을 종합할 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 곱함수의 연속, 3차 함수 비율 관계에 관한 내용이 없는 교육과정상의 내용을 유추하여 풀 수 있는 문제는 제발 지양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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